화이트호스와 오로라 4일

오로라, 야생동물, 때 묻지 않은 자연. 그 매력에 압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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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KON

캐나다의 오로라 관찰지 양대산맥. 옐로나이프 그리고 '화이트호스'

유콘 준주

화이트호스와 오로라 4일
  1. 기간 3박4일
  2. 장소 화이트호스
  3. 현재 기온 -16.7°C

여행 DAY-1

화이트호스

캐나다 사람들에게 ‘북극의 빛', ‘빛의 커튼’이라 불리는 오로라는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 가운데 가장 경이로운 현상 중 하나다. 밤하늘을 수놓는 오색찬란한 오로라의 향연은 막연한 환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꿈같은 감동을 선사한다. 매년 8~9월, 여름 오로라 관측도 가능하지만, 어둠이 깊어지는 12~4월 중순까지가 화이트호스에서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는 최적기다. 이런 기적을 만나러 나는 화이트호스로 향했다.

눈 덮인 하얀도시 화이트호스에 비행기가 착륙했다.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와 캐리어에서 방한용품을 꺼냈다. 무장을 하듯 입고서 밖으로 나갔는데 생각보다 춥지가 않다. 습도가 높지않아 바람만 불지 않으면 영하의 날씨인지 모를 정도였다.

오로라 투어는 오후 9시 이후가 되어서야 시작되기 때문에 우리는 커피숍에서 시차적응을 하기로 했다. 로컬들이 많이 찾는다는 Baked Café + Bakery 에 들어가 카푸치노와 빵을 먹으며 몸을 녹이며 늦은 오후를 보냈다. 

이미 해가 진 오후 8시반에 숙소 앞에서 셔틀버스에 올랐다. 시내 호텔을 돌며 여행객들을 픽업해 오로라 스팟으로 간다고 했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모두가 한 꿈을 안고서 벌판으로 이동했다. 몸을 녹일 수 있는 티피 형태의 간이 휴게소가 바로 옆에 있어서 대기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카메라를 들고 밖을 서성이며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오로라를 기다렸다. 하지만 새벽1시까지 기다리다 아쉽게도 다시 돌아와야 했다. 역시나 오로라를 만나기 위해서는 추운 밤을 이겨내며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걸 깨닫게 되었다.

여행 DAY-2

유콘 야생동물 보호구역과 타키니 야외 온천

유콘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향했다. 화이트호스에서 북서쪽에 있는 이 지역은 넓이 2.8제곱킬로미터의 부지에 10여종의 동물들이 있었다. 동물들이 야생에서 생활하는 것과 동일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일부러 개체수를 조절하고 있다고 한다. 유콘 전체 야생동물은 25만이고 유콘인구는 2만이니 그 차이가 엄청나다. 보호구역은 입장권을 구매해서 들어갈 수 있다. 이곳에 있는 동물들은 모두 유콘 야생동물 보호협회에서 다치거나 어미에게서 떨어져 구조된 것들이라 한다. 재활치료를 받고나면 야생으로 돌려보내는데 적응을 못할 때에는 부득이하게 동물원으로 보내진다. 최대한 그들의 생활을 존중하고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방향을 찾으려는 노력이 관광객들에게 큰 메세지를 전해주는 것 같았다.

타키니 야외 온천은 유콘 야생동물 보호지구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유콘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로 100년이 넘게 운영되고 있다. 이곳이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오로라 때문인데 타키니 온천 풀의 자연 광천수에 몸을 담근 채 다채로운 빛깔을 뽐내는 ‘천상의 빛의 쇼'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다. 온천수의 온도는 평균 36~42도로 천연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며, 겨울에는 물 속으로 머리를 담갔다가 꺼내면 곧바로 머리카락이 얼어 재밌는 사진 찍는 대회도 열린다.

여행 DAY-3

오로라와의 첫 만남!!!

화이트호스는 겨울 액티비티를 즐기기에 최고의 장소이다. 스노우모빌체험을 위해 여행사에 예약했다. 반나절을 타는 코스로 가이드와 함께 도시 근처의 산위를 달렸다. 처음에는 피쉬레이크 주변을 돌다가 속도를 내서 전용트레일을 따라 언덕 위까지 올라갔는데 스릴 넘치는 경험이었다.

시내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유콘 브루어링Yukon Brewing에 들러 맥주 양조장 투어에 참가했다. 시내에 위치한 유콘 브루어링은 소박한 가정집을 닮아 있었다. 유콘의 맥주는 캐나다 곳곳으로 공급될 뿐만 아니라 독일에까지 수출되고 있다고 해서 투어를 마치고 몇 병 구입하기도 했다.

오로라 관측지로 가는 길에 우리는 한껏 기대를 하고 있었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오늘 밤 오로라의 세기가 강할 것이라 했다. 그래서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코치를 타고 함께 이동해 벌판에 모였다. 휴게실에서 몸을 녹이고 밖에서 얼어붙은 카메라를 만지며 서있기를 반복하다 저 멀리 언덕 쪽에서 꿈틀대는 빛을 발견했다. 오로라다! 재빨리 카메라 방향을 틀고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세팅을 확인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져 고개를 들자 바로 눈 앞에서 빛이 춤을 추고 있었다. 처음 발견한 언덕부터 바로 우리가 서있던 곳까지 연결된 녹색빛의 장막은 눈부실 정도로 밝게 물결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소리죽인 채 꿈같은 이 시간을 붙잡으려는 듯 보였다. 외계에서 우리에게 보내온 어떤 메세지이기도 하고 환영같기도 했지만 단지 하나 확실한 건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오로라가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혹자는 오로라에 샤워를 한다고 표현하던데 어떤 의미인지 이제 이해가 되었다.

여행 DAY-4

개썰매와 얼음 낚시

Muktuk Adventures는 유콘 퀘스트에서 우승했던 이력이 있는 전문 개썰매 팀이다. 어렵지 않은 코스일 경우 직접 몰아볼 수도 있는데 브레이크 밟는 법을 유념해야 한다. 개들의 덩치가 작다고 만만히 봤다가는 엄청난 속도에 자칫 넘어질 수 있다. 2인 1조로 6마리의 개가 이끄는 썰매를 타고 코스를 돌았는데 썰매에 앉아서 타는 것도 신나지만 뒤에 서서 직접 운전하다보면 썰매대회에 참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점심에는 화이트호스 부근에 있는 호수로 가서 얼음낚시에 도전했다. 무지개 송어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있으나 겨울에는 주로 작은 녀석들이 잡힌다. 오거Auger로 구멍을 내고 낚시줄을 막대에 연결해 계속 위아래로 흔들며 기다리면 어느 순간 입질이 온다. 구멍의 물이 금방 얼기 때문에 자주 손삽으로 얼음을 건져 내야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얼음호수 위에서의 낚시라는 색다른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점심은 가이드가 가져온 소시지를 불에 구워 핫도그를 만들어 먹으며 캠핑의 기분도 낼 수 있었다.

마지막 오로라 관측날이다. 어제 알아두었던 오로라 예측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해봤더니 오늘은 그다지 확률이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다시 기다렸다. 오랜기간 화이트호스에서 지냈다는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자신도 어제처럼 쎈 오로라는 몇 번 못봤다고 했다. 하지만 어디 강하고 약함이 중요할까 싶다. 결국 이틀연속 오로라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단 한번 만으로도 평생 기억에 남을 멋진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