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섬 자유여행 6일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렌터카 여행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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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COUVER ISLAND

밴쿠버 섬은 특별하다. 거대한 전나무가 빽빽하게 서있는 원시림부터 젊은이들이 서핑을 즐기는 토피노 해변 그리고 빅토리아까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다양한 밴쿠버섬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일정을 소개한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밴쿠버섬 자유여행 6일
  1. 기간 5박6일
  2. 장소 밴쿠버 섬, 토피노, 빅토리아, 나나이모
  3. 현재 기온 17.9°C

여행 DAY-1

토피노로 출바알~!

밴쿠버공항에서 차를 빌려 페리 터미널로 향했다. 99번 도로를 타고 남쪽 리치먼드를 지나 델타에서 17번 도로를 타서 30분 걸려 터미널에 도착했다. 안내표지판을 따라 배에 차를 주차하고 맨 위 갑판에 올랐다. 태평양을 동쪽에서 보는 기분은 새로웠다. 시차 때문에 약간은 몽롱한 상태로 섬들과 바다를 바라보며 한껏 여유를 즐겼다. 배가 나나이모에 도착했다. 차를 터미널 앞에 잠깐 세우고 지도부터 확인했다. 공항에서 받아온 종이지도를 다 펼쳐놓고 있으니 이제 정말 여행을 시작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온 터미널에서 나나이모를 U자로 돌아 19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이동했다. 나나이모에 맛있는 식당이 있다고 들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들르기로 했다. 길을 따라 천천히 차를 몰다보니 약하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라디오 볼륨을 줄여 빗소리를 들으니 묘하게 편안하고 운치가 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바다와 쾌적한 도로상태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불렀다. 

드디어 첫번째 목적지 퀄리컴 비치에 도착했다. 너른 백사장에 떠내려 온 것 같은 나무들이 흩뿌려져 있어 원시적인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걸으며 풍경을 눈안에 담았다. 슬슬 배가 고파서 바로 근처에 있는 마을 시장에 들르기로 했다. 쿰스Combs에 있는 올드 마켓인데 지붕 위의 염소라는 식당이 유명하다 했다. 염소가 머리 위에 있는 식당이라니 샤갈의 그림 속 염소가 자연스레 떠올라 궁금증이 커졌고 도착하자마자 식당 위를 살폈다. 염소들이 정말로 지붕 위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한 녀석은 이미 관광객에게 다른걸 얻어먹는게 꽤나 익숙한 듯 지붕 아래쪽으로 내려와 당근을 받아먹었다. 그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어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봤다. 그리고 우리는 마켓 안쪽에서 버거와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나와서 산책을 하며 먹고 다시 맥밀런 주립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공원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원시적이라 놀라웠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 들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랬는지 어른아이 구분없이 쓰러진 나무 위에서 놀거나 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회색빛 콘크리트에만 익숙하던 도시인들에게 이 곳은 모든게 새롭고 신기한 놀이터가 된 것이다. 트레일을 따라 걷다가 자원봉사자를 만나 잠시 얘기를 나눴다. 주정부에서 관리하는 것 외에도 숲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자연체험학습은 부러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예정보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토피노로 향했다. 현지 친구가 알려준대로 포트 알버니에서 연료를 가득채웠는데 아니나 다를까 토피노까지 2시간 동안 주유소를 발견하기 힘들었다. 예약해 둔 숙소에 체크인을 하자마자 고단했는지 침대에 쓰러져 바로 잠이 들었다.

여행 DAY-2

서핑 캐나다

느즈막히 일어나 토스트와 커피를 아침으로 먹고 해변으로 나갔다. 해수면 위로 안개같은 것들이 약하게 덮여있어서 신비함이 더했다. 숙소에 들어와 잠시 쉬다가 약속한 시간에 맞춰 서퍼샵으로 가서 지인이 소개해 준 이십대 서핑강사 댄과 그의 친구를 만났다. 우리는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보드를 들고 해변으로 나갔는데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계획을 바꿔 스탠드업 패들서핑을 하기로 했다. 처음해보는거라 긴장했지만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시원한 태평양 바람과 적당한 햇빛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다보니 어느새 두시간이 지나갔다.

숙소로 돌아와 근처에 있는 유명 식당에 찾아갔다. 댄이 추천한 타코피노라는 가게인데 타코+피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타코를 파는 맥시칸 가게로 트럭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인지 기다리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직원들은 열심히 정리를 하고 있었다.

나와 댄은 소고기 스테이크 타코, 생선 부리또 그리고 망고-코코넛 쥬스를 주문했는데 깜짝 놀랄만큼 맛있었다.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에 재료들의 풍미가 살아있어 하나 더 먹고 싶었지만 저녁에 또 먹기로 하고 자리를 옮겼다. 

작은 도시를 여행하기에 자전거 만큼 훌륭한 이동수단은 없다. 타코피노 바로 옆에 있는 자전거 렌탈 샵에 들렀다. 별도의 자전거 전용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로를 이용하는 차가 드물어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해질 무렵 자전거를 반납하고 해변에 걸어갔다. 아마도 오후내내 하이킹을 하고 해변에 도착한 것 같은 어느 가족 앞을 지나 작은 바위에 걸터앉았다. 다른 바위에도 이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천천히 내려앉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낭만적이다. 다른 단어는 떠오르지 않는 그런 순간이었다. 꽤 오랜시간 앉아있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여행 DAY-3

해변에서의 하루

어제 사놓았던 빵과 햄으로 배를 채우고서 뜨거운 커피를 챙겨 차를 몰아 남쪽으로 내려갔다. 토피노 공항근처 롱비치에 있는 슈너 코브 트레일을 걸어보기로 했다. 이 코스가 짧고 쉬운 난이도이면서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서 내게 적당했다. 적당한 길이의 부러진 나무를 지팡이 삼아 천천히 길을 오르다보니 탁 트인 전망대가 나왔다. 이정표에는 예전에 전쟁 레이더 관련 시설이 이곳에 있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시 해변쪽으로 걸어나와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와 점심을 먹었다. 원래 오늘의 계획은 카약을 타거나 곰을 관찰하는 투어에 참여하는 것이었지만 몸이 지쳐 잠시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자신의 컨티션에 맞게 일정을 조율할 수 있는 것이 개별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니 쉬엄쉬엄 즐기기로 했다. 숙소 리셉션을 통해 투어를 내일 오전으로 미루고 해변가 카페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번잡한 동남아시아의 해변에 익숙하던 내게 캐나다의 해변은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가져간 책도 읽으며 여유롭게 오후를 보내고 저녁에는 시내에서 맥주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여행 DAY-4

곰 관찰투어를 마치고 벽화마을로

전날을 여유롭게 보내고 나서인지 힘이 솟았다. 숙소에서 짐을 싸서 차에 실어놓고 오션 아웃피터스의 곰 관찰투어를 떠났다. 노란색 쾌속정에 올라 20분 쯤 파도를 가르며 어느 섬 근처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선장님이 시동을 껐고 우리 모두 숨죽여 앞을 바라봤다. 앞 사람이 가리킨 지점에 곰이 있었다. 그들이 실제로 사는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배는 조용히 미끄러지듯 해안가를 지나갔다. 곰이 동물원처럼 어딘가에 갖혀 지내는게 아닌 야행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점과 의외로 스릴이 넘치는 쾌속정이 인상적이었다. 

토피노에서 출발해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갔다. 19A번 해안고속도로를 따라 밴쿠버섬 북쪽으로 올라가면 캠벨리버라는 도시가 나오는데 이곳은 연어가 알을 부화하러 집결하는 장소로 유명한 장소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는 일정이 맞지 않아 다음에 꼭 들러보기로 했다. 나나이모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아스트라스 그릭 타버나라는 그리스식당인데 캐나다에서 그리스 음식이라니 조금 낯설기도 했다. 내부는 지중해의 식당을 그대로 옮겨온 듯 했고 음식 역시 오래전에 그리스 로도스 섬에서 먹었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양한 이민자들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려는 캐나다의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시 차를 몰아 트랜스 캐나다 하이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30분을 달려 슈메이너스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은 벽화로 유명하다. 한국의 동피랑마을처럼 동네건물벽면에 그림을 그려놓았다. 이곳 역시 예전에 흥했던 목재산업이 안좋아지면서 타개책으로 내놓은 벽화가 인기를 끌어 수입원이 된 경우라고 볼 수 있는데 원주민과 그들의 역사를 소재로 한 스토리 있는 벽화들이 눈길을 끌었다. 워낙 작은 마을이어서 그런지 길바닥에 노란색 발자국을 그려놓았는데 그것들을 따라 다니다보면 어느새 마을 전체를 다 돌아볼 수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했다. 빅토리아 시내 숙소까지 2시간 정도 걸려 도착했다. 짐을 풀고 이너하버로 나가 야경을 감상하고 펍에 들러 맥주를 마셨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에일맥주라는데 목넘김이 좋아 조금 더 마시고 싶었지만 내일 여행을 위해 참아야만 했다.

여행 DAY-5

부차트 가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샌드위치를 포장해서 부차트 가든으로 향했다. 가든 바로 앞에 있는 빅토리아 버터플라이 가든에 들르면 엄청난 나비떼를 만나볼 수 있다던데 평소 곤충에는 관심이 없는지라 지나쳤다. 부차트 가든 입구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각지에서 단체로 온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입구에서부터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천천히 걸으며 공원을 둘러봤는데 사실 공원의 조경을 하나씩 보는 것 보다 피크닉 하기에 좋은 장소를 찾는게 더 중요했다. 마침 얼마 걷지 않아 앉아도 되는 장소를 찾았고 아침에 사온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며 일광욕을 즐겼다. 또래의 젊은 사람들도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커플끼리 와서 잔디밭에 편하게 누워 책을 읽거나 꽃으로 가득한 정원을 바라보며 한가로운 하루를 보냈다. 눈부신 햇살과 너른 꽃밭들을 감상하고 있다보니 아마도 옛 왕족들의 휴일이란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은 기분이 들었다.

여행 DAY-6

마지막 날

밴쿠버 섬에서의 마지막 날은 산책으로 시작했다. 시내를 걸으며 출근하는 빅토리아 시민들의 모습을 구경하고 유명한 건물들을 조심스레 둘러보았다. 걷다보면 너댓명의 사람들이 자전거투어를 하는걸 자주 보았는데 나도 해보려다 그냥 걷기로 했다. 로열BC뮤지엄에서 작품들을 감상하고서 바로 앞에 있는 피셔맨스 와프에 들렀다.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안락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